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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명사의 인문학 서재

개그맨들과 전 세계를 다니며 나라마다, 마을마다 웃기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꿈이에요 - 개그콘서트 서수민 피디
  • 글| 중앙일보 하현옥 기자
  • 게재일 | 2012.03.01 조회수| 6960



한국인의 웃음코드를 건드려야 하는 KBS ‘개그콘서트’ 서수민 PD의 촉은 잔가지처럼 다양한 분야로 뻗어있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챙기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그의 꿈은 인류학자의 것과 닮았다. 개그맨들과 전 세계를 다니며 나라마다, 마을마다 웃기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서수민(40) PD. 주말 한국인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개콘’의 지휘자인 그의 밑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다. 대학 때는 연극반 활동을 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코믹한 감수성으로 엮어내고, 또 이를 유머 넘치는 캐릭터로 풀어내는 그의 무기는 연극이다.

개그나 연극이나 무대예술이란 점에서는 같은 터. ‘개콘’의 코너코너가 과장되되 ‘생활의 발견’과 맞닿아있고, 엉뚱하되 ‘불편한 진실’을 남기는 것은 연극이란 ‘위대한 유산’에 큰 빚을 지고 있다. 평소 영화,소설도 즐긴다는 그는 대답에 막힘이 없었다.

대학 때 연극반을 했다.

“의생활학과에서 학위를 받았지만 연세대 연극반 나왔다고 말할 정도에요. 고등학교 때는 없는 연극반을 만들어서 했을 정도였으니 연극 서클에 들어간 게 자연스러웠죠. 원래 배우 하려고 했는데 연출 선배가 ‘주인공은 예뻐야 한다’고 해서 주로 단역이나 스태프를 했죠. 그 때 배운 것을 일하면서 많이 써먹고 있죠.”

신입개그맨 선발할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부분은.

“가능성에 무게를 많이 두죠. 그래서 KBS에서 처음 뽑힌 개그맨들이 무난해요. 무난해서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개그맨들이 많은 데 2~3년 지나면 조금 보여요.

가장 중요한 건 목소리, 딕션을 포함한 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경험적인 건데, 톤을 들으면 감정이나 생활이나 성격 등이 드러나거든요. 연극을 하면서 해온 게 있는 데, 예능 출연자 다 포함해서 MC가 될 만한지 아닌지 목소리 톤이나 어미 처리하는 것 보면 개그할 때 리드하게 되겠다거나 양념 역할을 하게 되거나 그런 걸 판단할 수 있어요. 목소리 톤에서 고치기 어려운 애들 있죠. TV가 시각 매체이지만 오디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 전달 매체는 입이니까. 사투리를 쓰면 오히려 그 사투리를 더 정확하게 쓰도록 합니다.

공감 개그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를 얻기 위해서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파악해야 할 텐데, 세상 트렌드는 어떻게 파악하나

“인터넷에 붙어살아요. 인터넷으로 어느 정도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봐요.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왜 올라갔는지 이유는 꼭 파악하려고 해요. 그리고 인기 있다는 영화나 유명 배우가 출연한 영화는 거의 다 봐요. 책의 경우는 베스트셀러 목록은 꼭 파악해요. 점심 먹기 전에 서점에 들러서 매대에 누워있는 책 위주로 꼭 보면서 이런 게 나왔구나 이런 코드를 녹이는구나를 참고하고 가끔 개그맨에게 책을 선물하려고 해요.



개그콘서트 성공의 3가지 요인으로 공채시스템, 출퇴근제, 절대권력을 꼽았다. 절대권력은 무엇인가.

“100명의 개그맨들이 다른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코드가 하나겠어요. 그 과정에서 싸우고, 또 그래도 됩니다. 작가들도 저 마다의 색깔이 다릅니다. 옳다, 그르다 가 아니에요. 정해야 한다면 아웃풋은 하나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걸 정해야 한다면 저인 거죠. 제가 웃기지 않으면 웃기지 않는 것이라는 게 지금의 방식이에요. PD가 결정하는 게 옳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절대권력을 가지려면 고집이 너무 세면 안되죠. 주입시키는 권력은 없는 것 같아요.

개그감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는 것인가

“남을 웃기려는 의지는 공부해서 생기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웃기고 싶어하는 것은 자라면서 자라온 환경에서 만들어져요. 어렸을 때 외아들이고 좋은 집안이고 잘생기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준 사람은 남을 웃길 의지가 없어요. 남이 먼저 다가오니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내가 웃겨야 사람들이 나를 봐줘요. 저는 언니와 남동생 사이 둘째로 태어났어요. 언니는 맏딸이고 남동생은 아들. 둘째는 찬밥이지요.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말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저 사람이 좋아할 생각이 뭘까 생각하며 살아온 게 있는 것 같아요. 개그맨도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경우가 없는 것 같아요. 남의 눈에 서서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의지가 없으면 이 직업은 힘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공부를 많이 했어요. 코미디를 많이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공부를 하면 도움이 되나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아보는 게 공부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웃기지,라는 걸 알아보는 거에요. 제가 풀어야 할 것이 인문학이 아니라 인류학이라고 생각하는 게, 2~3명이 만나면 그 중에 웃기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마을마다, 나라마다 웃기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개그맨들과 함께 그런 사람 만나고 싶어요. 각각의 사람들마다 다른 사람을 웃기는 비장의 무기가 궁금해요. 아마 일맥상통하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그콘서트 총 연출을 하시면서 주의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프로그램마다 시선의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작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큐멘터리나 뉴스는 시선을 위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이에요. 코미디는 철저히 밑에서 위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요 들어주세요”라고 하면 시청자가 내려보면서 ‘와 재미있다’가 돼야 해요. 개그맨이 위에 올라서서 “이렇게 해야 하거든”이라고 하는 순간 코미디는 망하는 거에요.

웃음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같이 웃는 것이에요. 웃음은 내려 주는 것이나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웃어야 하는 데, 자기 안에서 나오는 것이에요. 주입시키면 안 됩니다. 웃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편해야 한다는 거예요. 웃음을 주는 사람은 시청자에게 편안함을 줘야 하는 것 같아요. 코미디의 역사는 바보 캐릭터의 흐름과 같이 한다고 보는 데요. 맹구가 있었고 누구가 있었고 그랬는데 요즘엔 바보캐릭터가 없는 것이 위기의식 중 하나기도 해요. 그런 바보캐릭터가 그 시대의 코미디를 대표한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가 얼마나 밑에 있나, 그걸 보면서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며 무장해제되는 거죠.

밥벌이가 인문학 덕이라고 했는데.

“연극반은 단체활동이라 공부에 신경을 못써요. 그런데 제가 입사하던 당시 KBS에서 예능?드라마 PD는 일반상식이 아닌 연극과 영화?미술 등 인문학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뽑아야겠다며 그런 내용으로 시험을 봤어요. 다른 응시자는 패닉 상태였는데 저한테는 유리했죠.”

좋아하는 작가는.

“유명한 영화는 다 본 것 같아요. 소설 중에는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 완전히 빠졌죠. 문체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글로도 재미와 사람이 보일 수 있구나 했죠.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도 좋아해요. 이외수는 짧은 글에서 다 보여주는 게 참 좋아요. 재미없는 글은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인상에 남는 연극은.

“희곡 중에 ‘우와 이거구나’라며 생각했던 작품이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에요. 극을 구성하는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충격을 처음 받은 작품이에요. 그 다음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이에요. 셰익스피어라는 단어를 진부하게만 느꼈는데 캐릭터가 살아 있었죠.

서 PD는 이 대목에서 고전의 힘을 얘기했다. 무엇보다 고전은 해석할 여지가 많다고 했다. 고전은 당대에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고전은 과거는 물론 현재의 독자와도 똑같은 끈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고전은 작가가 정의를 내린 뒤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니에요. 곁가지 인물까지도 완벽하게 구성해 사람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 게 장점이죠.”



인생을 바꾼 작품을 꼽는다면.

“책은 아니고 영화에요. ‘영웅본색’.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였어요. 캐릭터에 감명받고 스토리에 빠졌어요. 어떻게 저런 걸 만들 수 있을까, 영화가 뭘까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녹화한 테이프를 100번 넘게 보고 대사를 다 외웠어요. 장면장면이 너무 좋았죠. 제 인생의 텍스트에요. 작가든 연출자든 배우든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고서는, 찌릿하지 않고서는 무언가를 전달할 수 없는 데 제가 찌릿했던 포인트가 ‘영웅본색’이었죠.”

최근에 가슴을 찌릿하게 한 작품은.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가장 큰 충격이었어요. 재미없으면 이기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는 데 김애란 작가의 글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젊은이들이 스펙 쌓기에 매달려 있는데.

“어른이나 남들이 보라고 하는 건 보는 게 맞아요.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했지만 모두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하다고 하니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죠. 하지만 고전이나 명작에는 이유가 있어요. 내가 싫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가는 게 진부하고, 혹은 튀고 싶거나 지루하고 싫어서 안 하는 것도 많거든요. 베스트셀러도 자신에게 큰 계기가 될 수 있으니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고전하면 낡은 느낌이 있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어요. 뭘 하려고 하면 다 했던 거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지금 내가 하면 다를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또 다른 새로움이 나올 수 있는 거에요. 나니까 다를 수 있는 거죠.”

서수민 PD의 내 인생의 책


“글맛이 이런 거구나! 문장하나하나 참 맛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점하나를 어디에 찍냐에 따라 글의 느낌이 달라진다는 걸 느끼게 만든 작가. 가끔씩 답답해지면, 코믹감을 다시 살리기 위해 보는 책.”


“보는 내내 '이게뭐지?'하며 두근거리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됐던 소설이었다. 마지막에 아이가 엄마 배에 손을 얹고 이야기 하는 장면은 또 감동적이기까지! 이상하게 경쾌한 소설.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재미없으면 이기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주는 충격은 최고의 재미다. ”


“읽는 재미와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 캐릭터들을 살게 만드는 글의 힘을 느꼈다. ”


“왜 사람들이 '신경숙'이라는 소설가를 특별하게 얘기하는지 알게 된 소설. 역시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이분의 책을 다 읽어봐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럼 그안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도, 어린 시절 뵈었던 울 외할머니도, 그리고 부끄러웠던 20살의 나도 다 살고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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