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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문 독서 토론

전 세계의 스마트폰 유저들이여, 단절하라?
  • 글| 오선영,박명본
  • 게재일 | 2012.05.08 조회수| 3554

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엄 파워스 저/임현경 역 | 21세기북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파워스는 그의 저서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마치 지상 낙원과도 같은 디지털 마법에 흠뻑 빠져 있는 동안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것을 잃었다고 말한다.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그는 이를 '깊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복잡한 주제를 생동감 넘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그의 글은 미디어 비평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내셔널프레스클럽으로부터 '아서 로우즈 어워드'를 두차례 수상했다.



디지털‘온고지신(溫故知新)’

시원한 소나무 숲 사진이 우리의 바쁜 시선을 사로잡는 책. <속도에서 깊이로>는 표지부터 편안하다. 인문학과 철학을 오가는 다소 심오한 내용을 쉽고 생동감 있게 서술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 미국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윌리엄 파워스의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의 과도한 분주함으로 인해‘깊이’를 잃어버린 우리들의 상황을 진단하고 나름대로 처방해보려는 저자의 노력으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스크린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사람들의 분주함을‘속도’라 칭하면서, 우리가 그 대가로 치르고 있는 것은 바로 내적 충만함, 즉‘깊이’의 상실이라고 주장한다. 스크린에 접속한 후 몰려오는 피로함과 불안함, 어떤 것에도 몰입할 수 없었던 초조함,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없었던 모든 순간들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분명 인식하고 있지만 정의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저자는‘깊이의 상실’이라고 진단 내림으로써 명쾌함을 준다.

이 책의 특징은‘깊이’를 되찾기 위한 과정과 해결책을 과거 위대한 7명의 철학자들로부터 찾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정신이 책 속에 녹아 있다. 플라톤, 세네카, 구텐베르크, 셰익스피어, 벤저민 프랭클린, 데이비드 소로, 마셜 맥루한. 인쇄기술, 미디어등 새로운 도구가 출현 할 때마다 혼란을 맞이 했던, 그리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간 철학자들의 사례는 우리가 디지털 홍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아테네의 군중과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고자 했던 플라톤, 어떤 상황에서도 한 가지에 집중하여‘내적 거리’를 확보했던 세네카,‘햄릿’을 통해 오래된 도구로 정보를 통제하는 법을 알려준 셰익스피어, 월든 숲 속에‘자기성찰’을 위한 안식처를 만들었던 데이비드 소로. 그들의 에피소드는 단순해 보이는 해결책들에 신빙성과 힘을 부여하며, 우리는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받는다.

철학자들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해결책이라도, 결국 개인의 의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계점을 가진다.‘깊이’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강한 내적동기와 신념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충분한 동기가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는 그저 현실과 동떨어진 투정으로만 보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저자는 이런 한계점을 인식 한 듯 하다.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직접 적용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 휴대폰을 서랍에 두고 밖으로 나가는 것,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드는 것, 통화할 때는 통화에만 집중하는 것, 집 안에 스크린이 없는 휴식 공간‘월든존’을 만드는 것 등등. 두루뭉술한 일반화된 결론이 아닌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해결책들이 내적동기를 충분히 자극한다.

최근에 구글이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 보일 수 있는 ‘특수 안경’을 공개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기술의 진보가 실로 경이롭다고 생각했었다. 책을 덮은 지금, 특수 안경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상실하게 될 ‘깊이’는 또 어느 부분일지 걱정스럽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수 있는 지나친 편리함과, 타인과 시선을 마주치며 교감할 때 느껴지는 ‘깊이’있는 순간들을 맞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속도에서 깊이로>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는 것만은 확실한 듯 하다.

서평자 / 오선영

속도를 거부한 철학자, 월든 숲에서 길을 잃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도구’의 역사이다. 하나의 도구가 탄생할 때 마다 인류의 역사는 과거의 문명과 단절하며 진일보 했다. 스마트폰도 인류의 그런 도구 중 하나다. 이것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닌 또 하나의 컴퓨터이다. 과거처럼 공간에 속박된 도구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우리는 언제나 손바닥을 통해 ‘연결’되는 신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윌리엄 파워스의 <속도에서 깊이로>는 ‘그런 신세계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속도이고, 잃은 것은 깊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속도를 위해 깊이 있는 사고를 거부했고, 그것은 창조성의 상실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깊이의 상실이 개인을 넘어 가정, 직장 등 사회 다방면에 걸쳐서 발생하는 것에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런 ‘속도의 시대’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 끊임없이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낸 뒤, 역사적 위인들을 통해 제법 구체적인 해결책도 제시한다. ‘과잉 연결된 세상에서 벗어나, 네 눈앞에 사람들에게 집중하라.’ ‘도구에 지배당하지 말고, 그 사이에서 삶의 균형을 찾아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말이다.

그것은 멋진 말이다. 그리고 부질없는 말이다. 개화기 쇄국을 외치며 땅에 머리를 박는 선비들의 우국충정과도 같다. 그럴듯한 개인적 경험, 이름 있는 역사적 인물들을 내세워 ‘깊이’를 외치지만 현대인에게 소크라테스가 무엇을 신봉했고, 셰익스피어가 무슨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첨단의 문명을 손에 넣은 대중이 과거의 것에 흥미를 가질 것이란 기대는 말자. 대중은 그저 새로운 도구에 감탄하며, 그것이 만들어낸 신세계를 향유할 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잠시 쉬었다가, 깊이 있게, 천천히’ 간다고 해서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갈라파고스의 거북이 되겠다만 모를까….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사고의 단계를 축소시킨다. 생각이 가슴으로부터 나와, 머리에서 정제되어, 손을 통해 쓰여 지는 시대는 끝났다. 그것은 문자문화의 시대에나 어울리는 사유의 과정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나’가 되어버린 우리의 연결은 느려터진 사유의 과정을 원치 않는다.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없이 뒤처진 것이다. 인문학자인 저자가 한평생 배워왔던 사고의 깊이는 이제는 쓸모없는 과거의 유물이 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저자의 태도가 어정쩡하다는 것이다. ‘무난히 중심을 잡으며, 적당히 균형을 유지하라.’는 밋밋한 회색주의부터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접속을 끊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면 그 기개에 박수라도 보내겠다. 하지만 저자는 ‘최선은 디지털 세상에서 도망치는 일이다.’라는 소극적인 주장으로 미적대고 있다. 이 과잉연결 된 세계에 노골적인 적의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에서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깊이를 찾아 월든 숲으로 들어간 저자는, 어쩌면 그 속에서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활짝 열린 신세계의 문. 이 흐름, 이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전 세계의 스마트폰 유저들이여, 단절하라!’라고 외칠 기백조차 없는 저자의 주장은 길 잃은 인문학자의 공허한 울림으로 그칠 뿐이다. <속도에서 깊이로>, 그것은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인문학자의 헛발질이다.

서평자 / 박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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