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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인문 독서 토론

한국 내 인종차별, 당신은 어떻습니까?
  • 글| 정준민
  • 게재일 | 2012.05.14 조회수| 957
2012년 상반기에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헌정사상 첫 이주민 국회의원 당선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 조선족이 저지른 수원 토막 살인 사건이었다. 정 반대에 놓여있는 두 사건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한국인만 사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인종 차별 문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종 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이제는 고전적(?)으로 느껴지는 흑백 갈등부터 시작해 최근의 화두인 히스패닉 갈등까지, 인종 차별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인종 차별의 문제는 왠지 우리와 동 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일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수업 시간 마다 들었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별다른 인종 차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2년 현재 장기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세계화가 가속화 되면서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한국 또한 인종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아니 이미 부딪히고 있다.

[대학생 인문 독서 토론 2기] 세 번째 선정 도서는 존 하워드 그리핀이 쓴 『블랙 라이크 미』였다. 이 책은 백인 저자가 흑인으로 변신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묶은 여행기다. 설정만 보면 SF 소설처럼 느껴지는 이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책에는 그 당시 있었던 극심한 흑백 갈등이 생생히 담겨있다. 실제 경험을 담아 두었기에, 이 책이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책 출간 이후 저자는 극우 단체로부터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고 한다.



『블랙 라이크 미』와 연결지어 [대학생 인문 독서 토론 2기] 세 번째 시간에서 진행한 것은 영화감상이었다. 대학생들이 함께 관람한 영화는 <디스 이즈 잉글랜드>였다. 『블랙 라이크 미』가 미국의 흑백 갈등을 다루었다면,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파키스탄으로 대변되는 이주민 노동자와 영국 토박이의 갈등을 다룬다. 『블랙 라이크 미』<디스 이즈 잉글랜드>에서 그리는 갈등의 모양새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이 타 인종 차별 혹은 타 인종 혐오라는 점에서 바라보면 두 작품은 서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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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잉글랜드> 관람을 마치고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되었다. 유진 강사는 이런 저런 사진을 던져놓고 학생들에게 질문 던지는 것을 즐긴다. 이번 시간에 그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같음의 조건’이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과연 어디까지를 한국인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우선은 고려인과 조선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에일리와 국적 문제를 언급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유승준의 사진도 등장했다. 마지막 사진은 최근 비례 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자스민이었다. 유진 강사는 이런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어디까지를 한국인으로 인정할 수 있냐고 대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스스로가 한국인으로 생각한다면 한국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의견도 있었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한국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말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다음으로는 선정 도서인 『블랙 라이크 미』 대한 간략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박명본 : 인종주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우선 시도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엄청난 시도를 한 것 치고는 결과물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냥 관찰기에 그쳤습니다. 이왕 흑인이 되었으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해보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황지현 : 소수 입장을 위해서 이런 책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했습니다. 저는 차별을 싫어하면서도 남들 보다는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이 조금은 역겨웠습니다.

이완희 : 자기 자신으로 실험을 했는데 책의 대부분은 관찰기입니다. 엄청난 통찰은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시도 자체는 훌륭하지만, 책 자체만 보아서는 좀 아쉽습니다.

오선영 :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내적 갈등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저자의 내적 갈등을 통해서 글이 서술되어졌기 때문에, 차별이 어떤 건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허용기 : 제 생각보다 미국의 인종 차별이 굉장히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별이란 무엇일까? 차별은 어떤 형태로 드러날까? 대학생들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허은주 : 차별은 무시라고 생각합니다. 너는 나보다 못한다는 생각이 차별입니다.

박명본 : 저는 동정심이 차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정심은 하등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시혜를 베푼다는 느낌입니다. 진정한 평등은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김민선 : 저는 무관심이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교육 과정에서 차별이 좋지 않음을 배워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 차별 또한 당연히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 차별은 발생한다. 인종 문제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때, 우리는 이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이주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해보자. 조금 더 극단적인 예를 들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이주 노동자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다면 당연히 이주 노동자에 대해서 베타적으로 변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이런 사건들이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유진 강사는 『블랙 라이크 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를 콕콕 집어 주어서가 아닙니다. 저자의 심리 변화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고 극우 단체에게 폭행을 당했고, 개인 신상 정보를 억울하게 노출당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그런 사회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인종 차별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인종 차별은 이제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인종 차별이 나쁘다고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인종 차별이 실제로 왜 발생하고 어떻게 나타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고민의 시발점은 관찰이다. 『블랙 라이크 미』는 미국 내 흑백갈등이 어떠한지를 관찰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관찰이 있었기에 미국의 인종 갈등은 조금씩 완화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블랙 라이크 미』와 같은 인종 차별에 대한 진지한 관찰이 시작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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